푸르지오스토리
찾아가는 푸르지오 쿠킹 클래스,
“반가(班家)의 김치와 국수 반상”
- 글, 사진
- 임나경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 열린 부엌에서는 지난 5월 24일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리강좌가 열렸다. 이날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예학연구원의 월정 허경란 교수가 직접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특별한 쿠킹 클래스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에서 열린 ‘찾아가는 Cooking Class’ 시간이 다가오자 입주민들이 단지 내에 자리한 열린 부엌으로 하나 둘 발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평소 접하기 쉽지 않았던 반가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많은 이들의 얼굴에 호기심과 설레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랜 시간 동안 예학과 한학, 다도를 공부해 온 허경란 교수의 특별한 쿠킹클래스는 단순히 음식 레시피만 전수하는 것이 아닌,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의 음식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20여 명의 행복마을 입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써밋 갤러리 관장 및 동탄 행복마을 관리를 겸직하고 있는 이승미 상무가 자리를 함께해 ‘반가(班家)의 김치와 국수 반상’의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 입주민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시간을 가져다주기 위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게 됐다고 소개한 뒤 쿠킹클래스의 시작을 알렸다.
처음 만나는 반가의
음식
월정 허경란 교수는 경남 진주의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500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김해 허씨 부위공파 집안이다. 그녀는 ‘진주 허씨 묵동댁 내림음식’을 소개하며 지역 특성과 함께 시대의 사상과 정신이 녹아있는 격조 있는 음식을 오랫동안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국에서 모여드는 학자, 문인, 인사들의 많은 방문에 매일 손님상을 치러야 했다고 한다.
허 교수는 사람들이 음식을 레시피 위주의 단편적인 지식만 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하며, 음식재료의 손질 하나 하나에서부터 응용하는 법은 물론, 마음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을 말했다. 특히 가정에서 ‘살림’을 한다는 것은 곧 가족을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그만큼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식 만들기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다.
“ 음식을 못하고 일이 서툴러도 그것은 흉이 아닙니다. 단, 이것을 가벼이 여기고 쉽게 생각하는 것이 흉입니다. 항상 음식을 만들면서 올바른 생각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라며 쿠킹클래스를 시작하기 전, 음식 만드는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음식을 토막 지식으로 배우지 말고, 메인 음식을 만들되 이를 응용해 또 다른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거나 남은 재료도 음식에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 집안은 만석꾼 집안이지만, 음식을 만들면서 거의 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뿌리 하나 껍질 하나 버리는 법 없이 이를 활용해 다른 음식을 만들어 내곤 했는데, 여러분들도 항상 식재료 활용과 영양을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하는 마음을 갖고 음식을 만들기 바랍니다.”
주옥같은 식재료
활용법과 손질법
이번 ‘찾아가는 Cooking Class’에서는 열무김치, 겉절이, 여름 물김치와 국수 말이 등을 선보였다. 정해진 메뉴보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허 교수의 따뜻한 모습이 전해진 시간이었다.
허 교수는 먼저 메인 재료인 열무에 대해 뿌리도 버리지 않고 함께 만들면 맵싸한 맛이 나면서 영양 손실이 없는 식재료임을 강조했다. 열무김치는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이며, 여름엔 보리쌀과 감자를 활용하면 김치 국물이 깔끔하며 저장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행복마을 입주민들은 허 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여 메모를 하며, 오랫동안 반가의 살림을 하며 살아온 명인의 다양한 음식 노하우와 식재료 손질법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중력을 보였다. 강좌에 참석한 입주민들이 대부분 주부들이다 보니, 그 어느 때 보다 강좌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쿠킹클래스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가의 노하우를 집중하고 따라 하며···
허경란 교수의 설명을 들은 입주민들은 조를 나누어 열무와 배추를 다듬으며 연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겉절이를 만들면서 지난 겨울에 남겨둔 김장 양념을 두었다가 활용한다는 이야기에는 모두들 중요한 팁을 얻기라도 한 듯 탄성을 자아냈다. 김치 재료로 들어가거나 양념으로 쓰다가 남은 식재료의 뿌리나 껍질 등은 버리지 않고, 육수를 내는데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정보가 됐다. 겉절이가 완성되자 다들 반가의 김치 맛에 매료되었고 평소 담아오던 김치와는 확연한 맛 차이에,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허 교수의 모습에 더욱 집중했다.
깔끔한 맛과 깊은 맛의 조화
열무김치나 여름 물김치도 이리저리 뒤섞기보다는 씻을 때부터 김치통에 담아내는 순간까지 가지런히 배열하는 담음새가 맛을 가르는 중요한 팁이 됐다. 겉절이, 여름김치에 이어 국수 말이를 함께 만들며 상차림을 하는 동안 참석자 모두가 하나가 되어 마치 잔칫집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함께 만들어 본 김치와 국수를 즐겁게 음미한 뒤 모두들 가져온 김치통을 꺼내었고, 이날 수업한 김치들을 맛보기로 분배했다.
주부들의 얼굴엔 벌써부터 오늘 저녁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반가의 김치 맛을 나눌 생각으로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입맛 없는 계절에 잘 어울리는 계절 김치와 국수 반상을 통해 짧은 시간이지만 이웃 주민들과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가진 계기가 됐다. 김치의 깊은 맛만큼이나 이웃 간의 정도 더욱 깊어진 시간이었다.
★ 반가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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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여름 물김치
재료: 열무, 솎음배추, 천일염(절임용). 새우젓, 맑은 액젓, 홍고추, 쪽파, 연근, 생강청, 매실청
만드는 법:- 열무와 솎음배추는 뿌리를 깨끗하게 손질해 가지런히 씻어둔다.
- 굵은소금을 풀어 소금물을 만든다.
- 겉절이 재료는 먼저 소금물에 절여둔다.
- 열무와 솎음배추의 뿌리 부분을 먼저 소금물에 담그고 조금 기다린 후 전체를 절여둔다.
- 절여진 재료를 가볍게 씻어준다.
- 베보자기에 육수를 한번 걸러준다.
- 갈아 둔 양념들을 베보자기로 거른 후, 육수에 넣고 새우젓, 맑은 액젓,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다.
- 가지런하게 손질되어 있는 열무를 놓고 위에 홍고추, 쪽파, 가볍게 삶은 연근을 놓은 후 같은 방식으로 차곡차곡 켜켜이 쌓는다.
- 준비된 국물을 부어준다.
* 양념 만들기재료: 홍고추, 마늘, 생각, 앙파, 무, 쪽파, 보리, 부추
- 홍고추와 마늘, 생강, 양파, 무를 간 다음 이를 베보자기에 짜내린다.
- 쪽파와 부추, 홍고추를 씻은 후, 적당한 길이로 썰어둔다.
- 겉절이 양념은 지난 겨울 남겨둔 김장 양념으로 고추와 생강, 마늘, 보리를 갈아 익힌 것을 넣어 갈아준다.
* 김치 국물 만들기재료: 다시마, 새끼 전어 혹은 멸치, 새우, 홍고추, 조갯살, 홍합, 연근, 보리, 감자
- 생수에 다시마 3~4쪽을 넣고 끓어오르기 전에 다시마를 건져낸다.
- 볶은 전어나 멸치와 볶은 새우, 매운 홍고추 1~2개를 넣고, 손질한 조갯살, 홍합 등을 넣는다.
- 불을 올려 충분히 끓인다.
- 국수용 육수를 적당히 덜어놓고, 끓는 육수에 얇게 썬 연근을 살짝 익혀 건져낸다.
- 보리와 감자를 갈아서 보자기에 거른 후, 육수에 넣어 끓여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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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물김치 국수 말이
재료: 물김치 국물, 육수, 달걀, 집간장, 홍고추, 쪽파, 통깨, 마늘, 새우젓, 멸치 액젓, 생강청, 매실청, 소면
만드는 법:- 물김치 국물과 육수를 반반 섞어 시원하게 만든다.
- 황백지단을 준비한다.
- 집간장, 홍고추, 쪽파, 통깨, 다진 마늘, 생강청, 매실청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 국수를 삶아 찬물에 잘 비벼 씻은 후 건져둔다.
- 그릇에 면을 담고 고명을 올린 후 만들어 둔 국물을 부어서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