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동안 사람도 식물도 용케 버텼다. 꽁꽁 언 회색빛 추위 속에서는 따뜻한 봄날이 더욱 그리워진다. 길을 지나다 꽃집을 발견하면 화사한 꽃에 마음의 눈이 녹는 듯하다. 이제 2월, 봄이 저만치 앞에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설렌다. 게다가 2월은 밸런타인데이나 졸업식 등 꽃과 함께할 즐거운 일들이 많은 때다. 집안에도 꽃 한 송이 놓아두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꽃은 화려한 색깔뿐 아니라 달콤한 향기로도 분위기를 바꿔놓는 존재다.
하지만 수반에 꽃을 장식하는 꽃꽂이는 생각보다 어렵고,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간편하게 꽃다발 만들기에 도전해보자. 받는 이를 생각하며 꽃을 고르고 정성껏 만든 꽃다발, 가슴에 소중히 안은 꽃다발에는 사랑이 넘친다.
이 대신 잇몸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꽃을 제대로 만지려면 제대로 된 도구가 필요하다. 꽃다발 만들 때 꼭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자.
맛있는 음식의 기본은 재료이듯, 아름다운 꽃 작품의 기본은 좋은 꽃을 고르는데 있다. 한눈에 보아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것이 품질 좋은 꽃이다. 일반적으로 꽃은 송이가 크고 선명한 것이 좋다. 꽃잎의 끝이 상하지 않았으며 꽃송이가 단단한 것을 고른다. 색깔이 제 빛을 내는 뚜렷한 꽃이 좋다.
대는 굵고 곧은 것이 좋으며, 휘어지지 않고 단단해야 한다. 잎이 달린 것은 잎이 상처 없이 푸르고 윤기나는 것을 선택한다. 물통에 담긴 꽃보다는 진열해 놓은 꽃의 수명이 더 길다. 물통에 오래 담가둔 꽃일 경우에는 줄기 부분이 무르는 수가 있으므로 물에 담갔던 부분이 무르지 않은 깨끗한 꽃을 고르는 것이 좋다. 꽃에 따라 튤립, 수선화, 라넌큘러스 등은 꽃 얼굴이 꺾이지 않고 곧게 서 있는 것이 좋고, 똑바로 세웠을 때 휘어지지 않고 단단하며 줄기 끝이 무르지 않아야 한다. 꽃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피지 않은 봉오리 진 꽃보다는 약간 피기 시작한 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꽃꽂이, 꽃다발 만들기에도 법칙이 있다. 원데이클래스에서 배운 방법, 한가지 꽃에 갇혀있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보자.
프리지아는 줄기가 매끈해서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어 간단하게 만들기 좋은 꽃다발이다. 지저분해 보이는 부분만 약간씩 정리해주고 시작한다. 노란색과 흰색 프리지아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연출해보자.
(출처 : Flowers come to life/김신정/한스미디어)
어여쁜 꽃을 싱싱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만약 모처럼 받은 꽃다발이 시드는 것이 아쉽다면 드라이플라워를 만들어보자. 드라이플라워에 적합한 최적의 꽃이 따로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꽃으로 드라이플라워를 만들 수 있다. 흰색이나 붉은색 꽃보다는 노랑, 주황, 분홍, 보라 등의 꽃이 말린 후 색 변화가 적다.
집에서 간편하고 손쉽게 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방법은 자연건조법이다. 통풍이 잘되고 그늘진 곳에 2주가량 매달아 건조한다. 세워서 말리면 꽃 얼굴이 휘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거꾸로 매달아 말린다. 잎사귀는 수분이 많아 말리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가능하면 잎을 제거하고 말린다. 드라이플라워 기법을 다룬 <첫번째 드라이플라워>(윤나래/책밥)에 따르면 드라이플라워 소품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생화로 꽃다발을 만들 듯 드라이플라워로도 꽃다발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으며, 꽃 엽서, 액자, 포푸리 등을 만들어 간직할 수 있다.
직접 만든 꽃다발을 선물한다는 것은 아름다움과 마음을 함께 선물하는 일이다. 하루에 한 번 활짝 웃기가 쉽지 않은 일상에서 어여쁜 꽃으로 가까운 이들에게 화사한 봄을 선물해보자. 서투른 첫 작품이라도 마음만은 온전히 전달될 것이다.